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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으로 무너진 트리슐리 병원
    해외여행 2015. 12. 13. 11:53
    무너진 누와콧 트리슐리 병원 내부1

    서론

    2015년 8월, 지진 피해 직후 다시 찾은 네팔 트리슐리 마을. 처참한 현장을 마주한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안쪽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트리슐리 병원은 지역 의료의 핵심이자, 재난 시 긴급대응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병원 앞까지 이어진 시신의 줄,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던 정수기 고장의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단순한 ‘건물 붕괴’만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1. 병원은 무너졌고, 정수기는 과거부터 멈춰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2년 반 전 KOICA 선배 단원이 설치한 정수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고장 나서 방치된 정수기였다.
    정수기는 지진으로 고장 난 게 아니었다.
    설치된 지 6개월도 안 되어 문제가 발생했고, 그 뒤로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병원 담당자의 말이었다.
    지금은 독일과 중국에서 보내온 이동식 정수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은 너무나 처참했으며 당시 병원 건물 붕괴로 죽은 사람보다 집이나 산사태로 죽은 시신이 병원을 가득 매웠고 병원 입구 길까지 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일단 병원에 들어가보니 제일 눈에 띄던 선배단원이었던 간호단원이 지원했던 정수기의 문제입니다.

    방치된 정화필터 장치

     

    방치된 간이 정화필터

    약 2년 6개월 전, 이 정수 시설은 선배 단원이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지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정수기는 지진으로 인해 고장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설치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이후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지진 이후에는 독일과 중국에서 이동식 정수기를 지원했고, KOICA에서 설치한 정수기는 고장 났으니 책임지고 와서 수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걸 고칠수 있는 기술자는 없느냐 물어보니 기술자는 카트만두에 있고 이곳까지 대려오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돈은 어디서 나오느냐 당신도 알다시피 고장나서 불러도 언제올지 모르는데 여긴 네팔이다  당신이 여기에 오래 살았으니 네팔 스타일을 잘 알것 아니냐 여긴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2. 고장 원인 중 하나, 네팔의 ‘석회수’

    네팔의 많은 지역, 특히 랑탕(Langtang)과 누와꼿(Nuwakot) 일대는 지질 특성상 석회수(hard water) 가 흔하다.
    이 물에는 칼슘(Ca²⁺), 마그네슘(Mg²⁺) 등의 광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물이 파이프나 정수기에 흐를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부에 석회질이 쌓이는 문제(limescale) 가 발생한다.

    “물이 흐른다”는 단순한 조건만으론 부족하다.
    ‘어떤 물’이 흐르는가가 핵심이었다.

     

    3. 석회수는 펌프까지 고장낸다

    석회수가 만드는 문제는 단순한 ‘필터 막힘’에 그치지 않는다.
    펌프와 정수 시스템 전체에 광범위한 손상을 일으킨다.

    ▪ 마모

    석회 슬러리는 임펠러, 호스, 구동 장치 같은 가동 부품을 연마하듯 마모시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은 떨어지고, 부품 교체 주기는 짧아진다.

    ▪ 부식

    석회수는 강알칼리성 화학 성분을 갖고 있어 금속 부품에 부식을 일으킨다. 이는 펌프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 막힘

    시간이 지나면 관 안에 쌓인 석회 스케일이 펌프와 배관을 막아버린다. 이로 인해 유량 감소, 압력 저하, 시스템 정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은 증가하고, 장비 가동 중단이 반복되며, 펌프의 수명 자체가 짧아지게 된다.

     

    4.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다행히도 석회수의 문제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대응책이 존재한다.

    • 진행형 캐비티 펌프(progressing cavity pump) 사용: 내구성이 뛰어나며 고형물 유입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 고부하 플랩 밸브 펌프 사용: 직경 25mm까지의 고형물을 처리할 수 있어 막힘을 예방한다.
    • 유체 흐름 유지: 석회 슬러리를 정체시키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하면 침전물이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메루스 링(Merus Ring) 설치: 파이프 내 석회 스케일을 분해하여 장기적으로 스케일 형성을 방지한다.

     

    5.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정수기 설치 당시, 나는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 단원은 간호 전공자였고, 좋은 의도로 정수기 지원을 기획했지만, 이곳에서는 전기 사정, 펌프의 압력, 유지보수 기술자 확보 등 수많은 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만 했다.
    내가 걱정했던 건 결국 현실이 되었다.
    고장이 나면 부를 기술자가 없고, 설령 부르더라도 "언제 올지 모르는 게 ‘네팔 스타일’이다."
    담당자도 이렇게 말했다.

    “여긴 네 나라가 아니잖아. 여긴 네팔이야. 너도 오래 살아봐서 알잖아.”

     

    6. 누군가의 ‘성과’가 누군가에겐 ‘부담’이 된다

    병원의 고질적 문제였던 수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션으로 시작된 사업은, 정수기 고장으로 끝이 났다.
    현장 사업 성과 발표식도 열렸고, 축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축사 속 “성과”보다 보이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코이카 사무소는 규정에 맞춰 절차대로 지원했기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펙 한 줄 올리기"를 위해, 자기 전공이 아닌 영역에 사업을 기획한 일부 단원의 선택에는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지고 싶다.
     

    [현장사업 성과]

    오늘은 트리슐리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 단원의 현장사업인 “누와꼿 국립병원 의료 환경개선 및 위생 캠퍼인”을 병원직원과 지역주민에게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아저 야하 ***레 거르누 버에꼬
    “트리슐리 어스뻐딸꼬 어버스타마 수달 러
    설서파이 까리끄럼”꼬 바레마
    어스뻐딸까 꺼르머짜리허루 러
    언녀 섬번딧 벡띠허루 어니
    야하 우뻐스띳 후누 버에까 썸쁘르너라이
    잔까리 거라우너 요 까르끄럼 야하 선짤런 거리에꼬 호
    금번 현장사업을 통해서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원지(댐)에 펌프를 설치하고 병원으로 물을 공급하여 트리슐리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량 확보 및 수질 향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병원 곳곳에 필요한 기자재 지원과 위생캠페인을 통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 뻐리요저나 마르팟 빠쯔 킬로미터 따라 버에꼬 댐마
    펌프 라케러 야하섬머 빠니 레아이,
    에스 어스뻐딸마 버에꼬 빠니꼬 서멋샤 헐 거리디누 버요.
    어니 어스뻐딸마 짜히에꼬 께히 우뻐꺼런허루 쁘러단 거레러 러
    설서파이 까르끄럼 쩔라에러 세와그라이허루 라이
    수비다 쁘러단 거리디누 버에꼬 처.

    [당부의 말씀]
    여러분, 이번에 *** 단원과 병원 직원들의 노력으로 갖추어진 시설들은 여러분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오래 사용하고, 얼마나 많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 결정하게 됩니다.
    머힐라 떠타 서쩐브린드,
    *** 러 어스뻐딸까 꺼르머짜리허루꼬 메허너뜨레
    쁘랍따 버에까 우뻐꺼런허루 꺼서리 우뻐요그 러 쁘로요그 거르네 호
    떼스머이 우뻐꺼런꼬 아유 니르다런 훈처 러
    쁘랍떠 수비다꼬 니런떠르따 마 어설 뻐르네 처

     

    7. 현장에서 배운 교훈

    네팔에서의 물 문제는 전국적인 국가적 문제이다.
    코이카 단원이 지원사업으로 시설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이 ‘지속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지원이 끝난 후에도 남는 문제.
    고장 나도 고칠 사람이 없는 구조.
    그리고 그것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체념.
    우리는 이제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진짜 현실적인 도움을 고민해야 할 때다.
     

    마무리하며

    2025년 지금으 누와콧 트리슐리 병원은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새로운 건물로 재탄생되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에 지원하고자 하는 분들이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은


    그 시작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정확히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진짜 변화는 ‘지원금’이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번 지진이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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